허난설헌
유선사 87수
이슬과 노을
2022. 6. 23. 20:38
13. 동비에게 새로 분부해 술랑께 시집갈 때
난새 끄는 안개서린 수레 부상을 향하네.
꽃 앞에서 한 번 이별 삼천 년이 흐르니
신선세계 긴긴 세월 도리어 한스럽구나.
14. 한가히 자매와 함께 현도에 예 올리니
삼신산 신선들 저마다 불러 보자 하시네.
꽃 아래서 적룡이 끄는 수레를 세우고
자황궁 안에서 투호놀이 구경하였네.
15. 별 그림자 계곡에 잠기고 달이슬 촉촉한데
손으로 치마끈 만지며 추녀 끝에 섰네.
단릉의 신성을 하직하고 돌아오려고 하니
스스로 산호 한 꾸러미를 내려 주셨네.
16. 상서로운 이슬 가늘게 내려 허공 적시고
푸른 색종이에 자황의 글을 몰래 베끼네.
잠에서 깨어난 푸른 동자 구슬 발 걷으니
별과 달은 산에 가득 꽃 그림자는 드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