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에서 택지를 그리워하며
찬비는 국화에 어울리지 않는데 깊은 가을 낙엽이 문을 치고 들어오는데
작은 술동이는 사람 가까이할 줄 아네. 들창문은 산 한쪽을 온통 실어 들인다.
문을 닫으니 붉은 잎 떨어지고 비록 술잔이 있은들 누구와 함께 마주하랴? 시구를 얻으니 흰머리 새롭다. 이미 비바람 추위를 재촉할까 걱정인 것을 정다운 벗 생각할 때는 기쁘다가 하늘이 응당 나에게 궁한 팔자 내렸으니
적막한 새벽 되니 시름이 더하네. 국화 또한 사람에게 고운 얼굴 보이지 않네.
그 언제나 검은 눈동자 마주하고 근심을 떨쳐 없애야만 진정한도사가 아닌가
크게 웃으며 화창한 봄을 보리오? 병든 눈으로 부질없이 늘 눈물 흘리지 말게.
--박은-- --박은--
중열의 시에 차운하다
좋은 계절 저무는데 아직 문을 닫아걸고서
어찌하여 외롭게 앉아서 남산을 등지고 있나.
한가하니 괴로운 시흥에 억지 시를 짓지만
병든 눈이라 찬 햇살을 겨우 알아보겠네.
술을 끊자니 주령을 다시 어기는 셈이요
꽃을 대하고도 봄 얼굴을 짓기 어렵다네.
백 년 살다 가는 인생살이 지기가 누구인가?
가을바람에 고개 돌리고 홀로 눈물 흘린다.
--이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