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90의 어르신

이슬과 노을 2022. 5. 31. 02:23

90의 그 어르신은 나에게 생각하는 계기를 주시는 분으로 내게 우뚝 서 계신다는것을 깨닫는다.

누가, 그 어떤 영향력으로도 나의 고집, 교만, 이런 돌덩이를 깨트릴 수 없었는데, 이제야 나는 진정한 마음으로 

누구를 존경하게 되었고, 그분에게 깊은 절을 두번씩 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음을 스스로 알았다.

한동안 애써서 찾아보아도 그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무척 걱정을 하고 있던 나!

나는 그 분을 많이 의지하고 존경하고 좋아하고 있음을 알게 된것도 이즈음이었다.

그곳 주변을 더듬어 같은 동의 주민들로 보이는 여러사람에게 설명을 해도 누구를 말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들만 돌아왔기에 거의 포기상태였다가 오늘은 사정이 있어 오전이 아닌 오후에 한의원을 가려고 하다가 멀지감치에서 그분일것

같은 생각에 다가갔다. "어르신, 안녕하세요?" 반갑다 못해 큰 소리로 인사를 하던 나는 발을 멈추며 깊은 절을 정중하게

두번이나 하고 있는 나 자신에 스스로 놀랐다. 내가 이렇게 겸손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만큼 나도 모르게 익숙해진 인사법이며 반가움을 감추지않는 표현이었기에.... 바로 앞에 다가가서야 나를 알아보시고 두손으로 내 손을 잡아주시곤 손을

내내 잡으신채 말씀을 하시는 모습을 뵈면서, 한의원을 젖혀놓고 그냥 얘기를 들으면서 나도 고백같은 것을 하고 말았다. "오래 뵐 수가 없어서 궁금하고 걱정이 되고 여러사람에게 물어도 보고 했어요. 엄마같으셨거든요" 내 말에 환하게,

그리고 애정넘치는 반응을 하신다. 따님과 함께 먼곳에 여행을 다녀오셨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멋진 노후를 보내시는구나 싶었다. 몇번, 딸과 드라이브하고 오셨다거나 어디 멀리 다녀오셨다는 얘길 들었던 터라, 그 연세의 다른 노인들과는 

다른 느낌을 받았었는데 역시 그러시구나 하는 생각은 나로 하여금 경이로움 같은것, 신선함 같은 감정이었다. 그리곤

새삼스럽게도 내 얼굴을 이리저리 들여다보시며 감탄을 하신다. "아이고, 우찌 이리 피부가 곱노? 누가 그 나이를 믿겠노? 사람들이 이쁘다 카지요? 세상에나, 마스크 좀 벗어봐요." 칭찬이 한껏 커지시다가 지나가는 이웃을 불러세우고는 

자랑까지 해주신다. 갑자기 한의원생각이 나서 인사를 하며 돌아서려는데, 나를 밀어내시며 앞장을 서신다. "한의원

침맞으러 가는거재?" 그리고 버스정류장으로 열심히 향하시는 모습에 난감했다. 제법 걸어야 하는 거리인데, 이 분은

너무나 당연하게 앞장을 서시고, 내 얼굴을 돌아보지도 않으며 열심히 가신다. 말리거나 왜 그쪽으로 가시느냐거나 하는 질문을 할 수 없게 만드시는 어떤 힘? 그건 도대체 무엇이길래 나는 오늘도 그 어르신의 배웅을 받으며 버스를 탔고,

멀어질때까지 손을 흔드시는 모습이, 어떤 애틋한 헤어짐의 모습이 되어버렸다. 버스에서 나는 그냥 멍해있었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내가, 자신이 이해가 안되는 일이다. 몇번째 나는 엉거주춤 하면서 그 배웅을 받을 수 밖에 없는것

이었던가? 도무지 수습이 안된다. 진심으로 말리거나 사양한다는 뜻을 표현할수도 없었나 하는 생각이지만, 나는 매번

그 배웅을 감히 받고 있지 않은가?  참으로 웃읍다. 그러면서도 나는 그분을 좋아하고 다가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많이 걱정되었어요. 어디 편챦으신가 하고..... 엄마같았었거던요" 그분의 옷자락을 만지작거리며 얼굴을 붉혔던 내 모습은 얼마만에 갖는 따뜻함과 겸손함? 지나치게 사람을 멀리하고 혼자만을 고집하며 살고있는 내가 맞는가 싶다. 나에게

이쁘다거나 곱다는 그 칭찬도 듬뿍 받으면서 ...... 버스속에서 손을 흔드는 내게 멀어지며 남던 그 분의 배웅!

가슴이 뭉클하게 하는 인연이 이런것일까 하는 오늘이었다. 누군가가 좋아지거나 정을 주는  일이 나의 남은 시간에 결코 없을거라는 확신으로 살고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