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난설헌

염지봉선화가 (봉선화 물들이는 노래)

이슬과 노을 2022. 5. 28. 23:13

달빛어린 저녁이슬 규방에 맺히면,

 

예쁜 아씨 섬섬옥수 곱기도 해라.

 

봉선화 꽃잎 찧어 승채 잎 말아

 

등잔 앞에서 꼭 매느라고 귀고리 올려,

 

새벽에 일어나 주렴 걷어 올리며,

 

열 개 붉은 별 거울비추고 혼자 웃어,

 

풀잎에 손 닿으면 호랑나비 나는 듯,

 

아쟁을 뜯으면 복사꽃 놀라 떨어지듯.

 

두 볼에 분바르고 비단 머리 손질하면,

 

소상강 대나무 피눈물로 얼룩진 듯,

 

이따금 그림붓 잡아 반달눈썹 그리면,

 

붉은 비가 봄 동산을 뿌리고 가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