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건강

이슬과 노을 2022. 5. 26. 03:39

지금, 새벽 두시를 향하고 있다.

그러니 어제가 되어버린 하루는 참 어이없었고, 위험했던 탓에 나는 힘겹게 긴장을 멈추지 못하고 씨름을 하다가

결국 컴을 열고 블로거를 챙기면서 비상약 2알씩을 3번이나 혀밑에 녹이며 나를 내가 지켜내고 있는 듯한.....

여늬때처럼의 잠언과 한시를 정성을 다해 올리는데, 참 묘한 것은! 김삿갓(김병연)의 시와 최치원의 싯귀가 너무나

가슴에 와 닿는 우연아닌 우연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주 옛날 사람들이고, 남자시인의 표현에 이렇게 공감을 가져

볼만큼 그들에 대한 지식도 전혀 없다가, 이 나이에 열심히 읽고 다져온 덕분에 얻은 신기한 경험이다. 내가 무지해도,

남자아닌 여자여도, 결국은 비슷한 감정을 지닌 사람이라는 공통점일까? 더구나 나는 아침일찍이 집을 나와 볼일을 보다가 이웃동네의 은행건물에서 쓰러졌다. 한적한 건물의 엘리베이터, 아무도 없는 곳에서, 다행히 의식이 있는채로 막막히 

누워있던 나를 발견하고 몇사람이 바로 윗층 병원에 데려갔고, 나는 그들이 돌아간뒤에, 설명을 하고 빠져나와 택시를

탔는데, 결국 아침에 다녀갔던 한의원에 찾아가 사정을 얘기하고, 태연하게 원장실 한켠에 놓인 침대에서 침을 꽂은채

한시간을 잠에 빠졌다가 깨어났고, 걱정이 되어 먹을것을 챙겨주는 보호를 받고는 집에 돌아오니 저녁 6시!그리곤 새벽 2시가 되도록 혼자 익숙하게 처치를 하며, 내가 나를 챙기고 있다. 택시기사님이 엘리베이터까지 태워주고 돌아간 순간부터 초긴장으로 버텨보는 내 몸짓! 그리곤 이 시간까지 긴장을 놓지 못한다. 잠이들면 안될것 같은 불안함! 

건강을 챙길줄도 모르는 젊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위기감을 느낄 상황이 나처럼 일어나면 정말로 조심하고 관리하라는 말!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 건강은 건강할 때 챙겨야 한다는 말! 그런 말을 해줄 대상도 없으면서, 이번에도 나는

씩씩하게 그리고 또 간절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지 못하고 있다. 졸면서라도 잠자리에 들지못하는 내가 참 웃읍다.

위기에 닥치면 살고싶다는 본능이 작용하는걸까? 미국이민생활에서도 곧잘 응급실에 실려가던 내 체력을, 이 늦은 나이에도 그냥 버텨보는 무모함은 가여운걸까? 지금 누가 내옆에 있다면 일러주고 싶다. 나처럼 되지말라고! 도서관에서 빌려다 쌓아놓고 읽으면서, 블로거에 옮기는 일에 아주 열심인 나! 나는 누구일까? 지식욕에 빠져 때늦은 독서를 하는 건강한 사람도 아니면서도, 중얼거리고 다짐하는 내 한마디의 말이 있다. "우짜던지 내 힘으로!" 그말은 엄마와 내가 서로 달래주던 말이었다. 엄마가 걱정할때면 나는 그랬다. "엄마! 걱정하지마. 나는 우짜든지 내 힘으로 버티쟎아? "

그러면 엄마가 한숨을 쉬면서 그랬다. "그래 그래 내 쌔끼! 내 이쁜 딸, 그라고 말고 니가 누군데....." 돌아오면서거나, 전화를 끊고나서 나는 혼자 목이 메이곤 했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곧잘 방송으로 각 지역의 학교가 닫는다고 알려주고, 무섭게 춥고, 무섭게 더운 그 땅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오우 예에. 배리굿!"을 하며 좋아라 한다. 그 미국을 견디어내던

나는 고물같은 차로, 잘도 다니면서 씩씩했고 사고를 당해도, 다음날 대서특필한 신문기사와 사진을 보고는 교민들이,

가족들이 확인전화를 해오고, 그리고 핀찬을 주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 "우찌든지 를 외치며 어린 아들에게 가르쳤다.

"엄마! 우리는 무슨일이 닥쳐도 사고가 나도, 절대 이모들한테 전화하지 않는거지. 응?"  "그럼, 그럼. 내 새끼 똑똑하고 

착하지." 그러곤 밤중에 내방 창문에 돌을 던져, 그 유리사이로 아이를 들어가서 문을 열게하고, 둘은 태연하게 잠자고

일상으로 돌아가곤 했다. 나중에 핀찬을 들을지라도, 나는 그 철칙같은 것을 지키는 것이, 자존심을 지킬수 있는 길이라는 믿음을 내 머릿속에 각인시키며 살았어도, 그때는 30대후반에 시작된 일이기에 가능했다 싶은 깨달음을 부인할 수

없지만, 오늘도 나는 여러사람에게 민폐를 끼치다가 돌아와서, 이 새벽까지 태연하게 블로거를 하면서 잠들지 않으려고

버틴다. 그것이 내 편견일까? 아니면 열악한 내 환경에서 견뎌내는 익숙해진 습관일까?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이즈음 계속 한사람의 노래를 거듭 듣고 있는데, 이 새벽이지만 유트브로 들어가서 그녀의 노래를 다시 듣고 싶다.

왜냐하면, 내 집에는 지금 고장난것 투성이라, 100여장이나 되는 CD지만 불가능한 음악감상임에 익숙해지고, 새로 구입하거나 고치거나 할 의욕도 없다. 의욕상실이 아니라 포기와 체념에 나를 길들이고 있는 중이다.

        임희숙의 노래! "내 하나의 사람은 가고" "진정 난 몰랐네" "사랑의 굴레"..... 이 곡을 좋아하는 사람은 내 친구일것 같은, 그 오래된 노래를 틀고 운전하며, 그 넓고 안정적인 하이웨이에서 그야말로 열창을 했던, 광활함과 아름다운 자연이 나를 달래주었었는데, 이 새벽에,나는 잠들가봐 앉아서 나를 감시(?)하고 있다. 세월은, 나이는, 부정할 수 없는 연약함과 체념에 익숙해가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