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
야상곡
이슬과 노을
2022. 5. 3. 23:00
쇼팽의 야상곡 E장조
높다란 창의 궁형이 빛에 젖어 있었다.
엄숙한 너의 얼굴도
원광에 싸여 있었다.
달빛의 잔잔한 은빛 물결이
이렇게 나를 감동시킨 밤은 없다.
내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서
이 노래를 말할 수 없이 감미롭게 느꼈기 때문이다.
너와 나는 말이 없었다.
침묵의 먼 풍경은 달빛 속에 사라져갔다.
호수에 떠 있는 한 쌍의 백조와 머리 위 별의 운행 외에는
목숨 있는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너는 창의 궁형으로 다가 갔다.
내민 네 손 가에
가냘픈 목덜미에
달빛이 은으로 섶을 이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