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일까
서두르며 버스정류장을 향하다가 그 어르신의 뒷모습을 보았다.
나도 모르게 멈추고 몇번을 불러보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며칠전에 내 우유두팩을 무겁다며 들어주시던 그 분이고 그 일이 내게 큰 자국으로 남아있어서일까?
시간이 바쁘고 서둘러 가던 내가,굳이 멈추어서서 몇번이고 불러보던 내 얄궂은 마음이 나중에사 다시 생각하게
되었지만, 아무튼 세번째 내 목소리를 듣고 돌아보시는데, 나는 차렷하는 자세로(?) 얌전하게 깊은 절을 거듭하고있었다.
그분은 곧바로 나를 향해 유모차를 밀고 다가오셨다. "어딜 가는거유?" " 저, 침 맞으러 가는데요. 안녕하셔요?"
"아, 참 그런다고 했지. 어쩌나, 그 침이 많이 아픈건데, 매일 다닌다고 했죠? 아파서 어째." 그러시면서 이미 유모차는
버스정류장을 향해 앞서서 가신다. "왜 그쪽으로....?" "아니, 버스타러 가는거쟎우? 그 버스타는 것도 위험하고, 침 맞는
것도 딱하고!" 여전히 내 얼굴을 굳이 쳐다보지 않으시면서 내가 딱하기만 한듯한 표현과 함께 앞장서 가신다.
나는 얌전히 그 뒤를 따르는 모양새가 되면서 내 머리는, 가슴은, "이 무슨 상황이지?" 복잡하게 엉키는데, 마침 버스가
보이니까, 그제서야 뒤를 돌아보시면서 "버스가 오네, 빨리 타요. 조심하구.... 에구 가여워라. 저 몸을 해가지고 매일 아침에 그 아픈 침을 맞으러 다녀야 하나?" 뒤돌아보며 인사를 하려던 나는 흠칫 놀라 생략했다. 뒤돌아보다가 내가 넘어
지면? 하는 상상!이었다. 급히 버스를 타고 돌아보니 그 어르신은 손을 흔들고 계신다. 큰언니가 한국을 다니러 오면 같이 다니면서 잘 쓰던 말! "........ 이 무슨 씨츄애이션?" 그러면서 웃어대던 기억이 스치면서, 이거야말로! 내가 배웅받으며
버스를 타고, 그 분은 손까지 흔들어주신다는 생각에 목이 메이고...... 순간적인 일이었지만 나는 이미 감동하고 있었고, 90어르신이 나를 두번이나 민망케하신거다. 이즈음 나는 베란다를 나갈일이 있으면 꼭 그자리를 살피는 습관이 생겼다.
커다란 나무가 우거져있는 그 자리에 서 계시는 모습이다. 매일 5-6번은 드나드시며 걷기를 하신다는 말씀! 적적해서
그렇게 바깥을 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일이 일과라고 하셨다. 건강에 특별한 일은 없었고 다만, 다리에 힘이 없어서라고!
그 분 보시기에 내가 정말 딱하신거다. 오늘 베란다에 빨래를 널다가 그분의 모습을 보았다. 순간, 충동같은걸 느꼈다.
잠깐 나가서 인사나 하고 들어올까 하는 생각은! 그 분 눈에 비친 내가 할 일이 아닌것 같아서 접었지만,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본 오늘이었다. 결론은! 나는 왜 보는사람으로 하여금 안쓰럽게 만드는 모습으로 살고있는가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