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

귀가 (歸家)

이슬과 노을 2022. 3. 25. 00:11

멀고 긴 여행에서 돌아와

빈 방에서 기다리고 있는 우편물을 발견한다.

무거운 마음으로 편지를 하나씩 읽으면

곰팡이 냄새는 추위 속에 안개 같은 숨을 내쉰다.

 

아, 당신들은 어찌하여 이처럼 갖가지 편지를 보내는가.

내가 모르는 사람, 순례자나 수도자

모든 사물의 배후에 밤과 비밀이 숨어 있지 않다면

삶은 그 얼마나 황망하고 무서운 것일까!

 

나는 벽난로 속에 당신들의 편지를 접어 넣는다.

물음에 대한 답장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른다.

다만, 눈부시게 타오르는 불꽃으로 몸을 녹일 뿐이다.

우리에게 하루가 밝아오는 내일을 함께 기뻐하자!

 

냉혹한 세상은 우리들을 적대시하고 에워싼다

다만, 마음을 태양처럼 가득하고 기쁨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

오, 세상을 숱한 요괴들보다 오래 살아남을

소심한 불꽃이, 내 마음 속에서 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