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귀

정화

이슬과 노을 2022. 3. 16. 00:17

봄이 시작되면 나는 대지에

구멍 하나를 판다. 그리고 그안에

겨울 동안 모아 온 것들을 넣는다.

종이 뭉치들, 다시 읽고 싶지 않은

페이지들, 무의미한 말들,

생각의 파편들과 실수들을,

또한 헛간에 보관했던 것들도

그 안에 넣는다.

한 웅큼의 햇빛과 함께, 땅 위에서 성장과

여정을 마무리한 것들을.

 

그런 다음 하늘에게, 바람에게,

충직한 나무들에게 나는 고백한다.

나의 죄를,

나에게 주어진 행운을 생각하면

나는 충분히 행복해하지 않았다.

너무 많은 소음에 귀 기울였다.

경이로움에 무관심했다.

칭찬을 갈망했다.

 

그러고 나서 그곳에 모여진

몸과 마음의 부스러기들 위로 구멍을 메운다.

그 어둠의 문을, 죽음이라는 것은 없는 대지를

다시 닫으며,

그 봉인 아래서 낡은 것이

새것으로 피어난다.

                                            -- 웬델 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