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금간 꽃병 (쉴리)

이슬과 노을 2022. 2. 15. 22:49

이 마편초 꽃이 시든 꽃병은

부채가 닿아 금이 간 것.

간신히 스쳤을 뿐이겠지

아무소리도 나지는 않았으니,

하지만 가벼운 생채기는

하루하루 수정을 좀 먹어들어

보이지는 않으나 어김없는 발걸음으로

차근차근 그 둘레를 돌아갔다.

맑은 물은 방울방울 세어나고

꽃들의 물기는 말라들었다.

손대지 말라.

금이 갔으니.

고임을 받은 손도 때론 이런 것

남의 맘을 스쳐서 상처를 준다.

그러면 마음은 절로 금이 가

사랑의 꽃은 횡사를 한다.

사람들 눈에는 여전히 온전하나

마음에는 잘고도 깊은 상처가 자라고

흐느낌을 느끼나니

금이 갔으니

손대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