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놀라울 따름이다. 그곳은.....

이슬과 노을 2022. 1. 13. 00:22

친구와의 전화 한 통으로 어제하루가 달라졌고,  결심을 하고 내 작품들을 정리해서 오늘 아침 방문한 우체국 직원에게

들려 보내고, 나는 서운한 마음이라기 보다, 잘 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거래처에도 주지않고 아끼던 유물재현

들을, 귀한 인연이거나 존경하는 사람에게 선물하면서 지내던 터여서, 모교에 기증하려고 곱게 간직하던 대형작품까지

포함해서 불쑥 보내고도 덤덤할 수 있음은, 남은 시간이 얼마되지 않은 탓일까? "나이가 .........."란 책의 제목에 끌려서 구입해 본적이 있었다. 그리고 껄끄러운 마음으로 없애버렸다. 내가 겪은 이민생활, 밑바닥생활과는 너무나 다른 좋은 환경속에서 살았고, 그리고 고급진 실버타운에서 보낸다는 마감은,그 사람이 강조하는 것이 무엇인지 혼돈스럽고 씁쓸하고 허탈했었다. "미국이민이 나에게 남긴것들"이라는 제목으로 수필집을 출간했을때, 내가 메일로 보내오는 팬심(?)들을 받아본 경험을 하며 보람을 느낀적이 있는데, 그들은 모두가 내 권고와 적나라한 표현을 읽고서, 준비하거나 시작하려던 

이민생각을 덕분에 접었다는 같은 내용들이었다. 연예인도 아니면서, 유명작가도 아니면서 오로지 내 경험을 드러내고 경각심을 주고싶다는 생각을 하며 그 생활을 하다가 돌아와서, 남편에게 논평을 청하고서야 실행에 옮겼던 일은 내 삶에서 잘한 일 중에 하나였다. 그렇듯, 나는 이미 남은 시간에 하고 싶은 일들을 찾아보고 있는것같았다가, 오늘 떠나보낸  

작품들에게 미련을 갖지않을 수 있음은 또한 감사해야 할 일이다. 친구가 들려준 얘기를 떠올리며, 인터넷에 들어가 그

좋은 곳을 여러편의 동영상을 볼 수 있었고, 놀라울 따름이었다. 내 가까이 그런곳이 있구나 싶고, 내 평생 병원을 드나들면서도 보지못한 규모임을 보았다. 미국에서 수술할때나 응급실을 찾으며 구경한 곳들은 그저 아담하고 조용한 느낌

으로 남아있는데, 얼마전에 찾아보고도, 보지못하고 넘어간 그곳을 동영상을 통해서 열심히 들여다보던 마음은, 그곳의

벽면에 걸려진 그림들이었는데, 아쉽게도 짧게 스쳐간 부분이었다. 아프지 않아도 나들이겸 들려보고싶다는 마음이 들게

만들었지만, 이미 양쪽다리모두 수술로 힘을 잃은 내가, 지팡이를 짚고 다닌것도 큰 수치심이었고 속상해하던 내가 지금

휠체어로 곡예를 하면서, 그런 바램도 웃어버렸다. 내일 첫 외래방문때문에 특별하게 부탁하고는,  봉투에 넉넉한 돈까지 넣고 외출준비를 열심히 해놓고 있는 나는 얌전하게 현실을 인정해가고 있는듯 하다. 그러나 한달에 세번의 병원, 은행

볼일 등을 생각하면, 내일 그녀에게 애원하고 약속을 받아놓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콜 택시로는 불안한 내 조건!

아무튼 내가 들여다보고 놀란 그곳은, 동영상으로  스쳐지났지만, 좋은 경험이었다. 쾌적한 환경이라는 표현을 했던 어제의 내가 무색하리만큼, 갇혀있으면서, 시장도 보지못해, 미수가루와 찬밥을 삶아먹으며 요기를 하고 약을 챙겨먹느라 그야말로 사투를 벌리는 나는, 그 좋은 경관들을 잠깐이나마 구경해 보았다. 홍보용이 아닌 내 진심일 뿐이다. 세상사는일이 드라마틱하고도 힘든일이고, 멀리 겨울바다를 찾아다니고, 자꾸만 사진을 찍어대던 남편이,투덜대는 내게 포즈를 

잡지 못하겠거던 만세를 불러보라고 해서 정말 만세를 불러보고, 휭한 바닷가에서 마음껏 웃어도 보던 추억은 이제 

아픔으로 남아있다. 그때는, 감사할줄도 모르고 지나온 세월들을 떠올리는건 가혹하다. 그 좋은 병원에를 한번 들려볼 수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