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오늘, 유난히 울적해 걸어본 전화에서,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를 듣고 신선함을 느꼈다.
퇴원한지 겨우 4일째, 나는 놀이를 하듯, 새로운 동작에 연구를 하고 시도를 하고, 그러면서 한쪽다리로 마루를 디디고
겨우 휠체어에 옮겨 앉으며 잠시 쉬어야하면서 내 처지를 원망하고 좌절하며 지내던중이었다. 냉장고에서, 씽크대에서
식탁으로 무엇이든 슛 꼴인하듯 던져보는데 꽤 잘된다고 혼자 칭찬하면서.......
개그는 누구든지 만들어내는 재주가 있나보다. 닥치면 해내고, 그리고 좋은 날도 다가오고... 그랬으면 좋겠다.
그렇게 가라앉아 씨름하던 내가, 그 병원얘기로 오늘 하루를 잘 보냈다. 의미있는 하루를 만들었음에 감사하고, 몰두하고
내 애장품박스를 꺼내서 바닥에 펼쳐놓고 작은 의자에 앉아, 구부리고는 작품을 고르고 또 고르며 손질을 해서 몇점을 박스에 담아놓고는 뜨거운 전기장판에 허리를 펴보다가 서둘러 컴앞에 앉는습관은, 수술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않는
모습이고 고집이다. 퇴원당일에도 아이처럼 울어대보고는, 밤을 찾아, 내 쉼터를 찾아 컴을 하고 새벽을 맞았었다.
오늘 친구가 들려준 어느 병원얘기는 내게 좋은 하루, 의미있는 하루를 보내게 했다. 곧바로 마음이 이끄는대로 움직이며, 멈추어버린 내 작업의 흔적을 만지며 가슴이 따뜻해졌다. 내게 행복을 주고 성취감을 주고, 완전한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속에서 나는 참으로 특별한 일상을 즐겼었다. 이제 작업을 포기한지 몇달이지만, 거실 반을 차지하는 작업대와 재료
들로 어지럽지만, 전혀 정리하지 않고 있다. 내게서 떠나보내기 싫어서? 차마 버리지 못해서? 내 마음이 그런다.
전화를 끊고 바로 우체국에 방문접수신청을 했다. 그리고는 오랫만에 만져보는 내 작품들속에 파묻혀서 오늘은 덜 불행
했고, 두시간여를 그런 자세로 있었다는 사실이 신기한채 휴식을 취했고, 나는 밤시간을 즐기고 있다. 긍정적마인드?
나는 내 길을, 내 방식대로 살 뿐이다. 쉽게 충고하고 비아냥거리는 말들을 무시할 수 있다. 그것은 교만이 아니고, 후회없을 수 있음에 감사한다. 며칠전까지도 내가 몸담고 있던 병원생활! 그 병원이라는 곳이 환자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돌아온 나는. 친구가 들려준 그 병원 곳곳의 그림과 쾌적한 환경에 놀라웠고 신선함이었다. 어제의 수필에서
나는 인연이라는 제목으로 어느 할머니얘기를 했었다. 그분과는 다른 과정으로 맺어지는 인연이 생기는걸까?
우연한 전화 한통으로 하루가 행복할 수 있었고, 아마도 며칠동안은 가슴 뛰고 설레는 시간이 될 것같다. 시간은 이미
자정을 넘기고 있고, 나는 꽤 좋은 하루, 의미있는 하루에 감사해한다. 의정부의 어느 종합병원! "E 대학병원"에 경의
를 표한다. 환자에게 만들어주는 쾌적한 환경과 배려는 참으로 소중하고 좋은 일이 아닐까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