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가을입니다.
이슬과 노을
2021. 11. 24. 08:23
한 그루나무이고 싶습니다.
메밀꽃 자욱한 봉평쯤에서
길 묻는 한 사람 나그네이고 싶습니다.
딸랑거리며 지나가는 달구지 따라
눈 속에 밟힐 듯한 길을 느끼며
걷다간 쉬고, 걷다간 쉬고 하는
햇빛이고 싶습니다.
가끔은 멍석에 누워
고추처럼 빨갛게 일광욕하거나
해금강 바라뵈는 몽돌밭 지나는
소금기 섞인 바람이고 싶습니다.
플라타나스의 넓은 잎이
구두 아래 바지락거리는 이맘 때
허수아비처럼 팔을 벌린 내 마음은
황금빛으로 물들고 있습니다. --김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