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귀

성을 쌓는 노래 ( 김종직 )

이슬과 노을 2021. 10. 23. 23:00

가을 벼 신통치 않아 도리깨에도 못 차는데

마당질도 안 끝나서  세금 독촉을 한다

바닷가엔 또다시 두 성을 쌓는 부역

한 집에 한 사람씩 뽑으니  삼대 같은 사람들

동쪽 서쪽에서 소리쳐 부르는 촌장들

어찌하여 조금 늦추어 관리를 두려워하지 않는가

그대여, 택문의 노래에 화답하지 마오

삼포의 오랑캐가 마음속  근심일세

 

                                              정월 초닷새 인강현 동산에서 ( 김종직 )

 

길게 포위하여 빽빽하게 첩첩산봉 둘렀다가

지는 해 험한 구름에 깃발 걷고 돌아온다.

돌아가는 걸 잊고 다녀도 사나운 호랑이 잡지 못하고

불 때문에 온통 하늘 붉은 것에 홀연 놀란다

고아와 과부 원수 갚으려는데

칼 들고 진을 친 기세 절로 막혔다

서생들 쓸모없다 말을 마오

장한 마음은 끝내 후산 굴복시킬 듯 하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