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밤에 익숙해지며 ( 프로스트 )
이슬과 노을
2021. 10. 21. 00:17
나는 어느새 밤에 익숙해지게 되었다.
빗속을 홀로 거닐다 빗속에 되돌아왔다.
거리 끝 불빛 없는 곳까지 거닐다 왔다.
쓸쓸한 느낌이 드는 길거리를 바라보았다.
저녁 순시를 하는 경관이 곁을 스쳐 지나쳐도
얼굴을 숙이고 모르는 체했다.
잠시 멈추어 서서 발소리를 죽이고
멀리서부터 들려와 다른 길거리를 통해
집들을 건너서 그 어떤 소리가 들렸으나
그것은 나를 부르기 위해서도 아니었고
이별을 알리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오직 멀리 이 세상 것이 아닌 것처럼 높다란 곳에
빛나는 큰 시계가 하늘에 걸려 있어
지금 시대가 나쁘지도 또 좋지도 않다고 알려 주고 있었다.
나는 어느새 밤에 익숙해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