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귀

거문고 탈 때

이슬과 노을 2021. 10. 12. 22:45

달 아래에서 거문고를 타기는 근심을 잊을까 함이려니, 처음 곡조가 끝나기 전에 눈물이 앞을 가려서, 밤은 바다가 되고

거문고 줄은 무지개가 됩니다. 거문고 소리가 높았다가 가늘고, 가늘다가 높을 때에 당신은 거문고 줄에서 그네를

뜁니다. 마지막 소리가 바람을 따라서 느루나무(느티나무) 그늘로 사라질 때에 당신은 나를 힘없이 보면서 아득한 눈을 

감습니다. 아아, 당신은 사라지는 거문고 소리를 따라서 아득한 눈을 감습니다.

 

                                                          산촌의 여름저녁

산 그림자는 집과 집을 덮고

풀밭에는 이슬 기운이 난다.

 

질동이를 이고 물 긷는 처녀는

걸음걸음 넘치는 물에 귀밑을 적신다.

 

올감자를 캐어 지고 오는 사람은

서쪽 하늘을 자주 보면서 바쁜 걸음을 친다.

살찐 풀에 배부른 송아지는

게을리 누워서 일어나지 않는다.

 

등거리만 입은 아이들은

서로 다투어 나무를 안아들인다.

 

하나씩 둘씩 들어가는 까마귀는

어디로 가는지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