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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꼭 한번 보인 것 ( 프로스트 )

이슬과 노을 2021. 10. 9. 01:28

빛을 등진 채 우물가에 꿇어앉은

내 모습을 사람들은 비웃는다.

눈에 보이는 것은 여름 하늘의 신처럼

고사리 다발 두르고 구름 밖으로 내다보는

거울같은 수면에 되비치는

내 자신의 모습일 뿐이기 때문이다.

한번은 우물가에 턱을 대고 내려다 보았을 때

내 모습 너머로, 분명하진 않지만 뭔가 하얀 것이

뭔가 깊숙이 잠긴 것이 보이는 듯했다.

그리고는 곧 그 모습을 놓치고 말았다.

물은 너무나 맑음을 스스로 꾸짖는 것이었다.

고사리에서 물 한 방울 떨어져 수면에 번지며

그 모습을 흔들어 지워버린 것이었다.

그 하얀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진리였을까?

수정 조각이었을까?

그때 꼭 한번 보인 그것이.